신문, 칼럼, 인터뷰 등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2005년 자유기고가로 시작해, 르포 작가로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글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크게 그린 사람>, <있지만 없는 아이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다가오는 말들>, <출판하는 마음>,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폭력과 존엄 사이>, <쓰기의 말들> 이 있다.

Q. 인터뷰이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A. 일단 내가 궁금해야 한다. 알려진 사람의 서사와 스토리는 굳이 궁금하지 않다.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예를 들면, 좋은 학벌에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배경을 가진 사람인데, 일반적 궤도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 돈이 아닌 가치를 중시하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주류 담론 바깥의 생생한 목소리, 사람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이야기가 좋다. 

<크게 그린 사람>에도 썼지만,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

선택지가 두 개만 있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 같고, 대학을 못 가면 낙오자 같고, 이른 나이에 부모의 주 돌봄자가 되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내 인생은 끝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삶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제 삶을 다르게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Q. 인터뷰이 섭외에 실패한 경우가 있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페미니즘 이슈를 다룰 때 여성 인터뷰이의 거절 사례가 종종 있었다. 여성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냈을 때 악플에 시달리거나, 인신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지면에 노출되면 사안도 주목받고, 자신도 힘을 얻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성 개인에게는 시달림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터뷰 시 여성의 경우 좀 더 복잡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자신의 신변 노출을 꺼리거나, 충분히 인터뷰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한다.

Q. <크게 그린 사람> 인터뷰 서문 중 '밥을 위해 가급적 신념을 좇아 해온 작업'이라는 문장이 있다. 밥과 신념의 균형점은 어떻게 찾는가?

A. 프리랜서로 글 쓰는 일을 오래 했다. 기업 사보 제작도 많이 했다. 재미있었지만 주로 밥을 위해서 한 일이다. 기업의 사보에 실리는 글이니 한계도 있다.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답답함을 느꼈다. 책을 쓰는 것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 그러니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써야 했다. 밥을 위한 글을 쓰더라도 가급적 내 신념과 일치하는 글을 쓰려고 했고, 그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점차 신념에 가까운 글의 비중을 넓혔다.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단발성 취재도 했다. 지금은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다. 행복하다(웃음).

Q. 당사자, 피해자, 사회적 약자, 사회변화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기록한다. 글쓰기가 사회를 개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A.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통해 미등록 이주 아동의 존재, 부모가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실상을 알렸다. 문제를 아는 것도 이 세계를 더 낫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다. 인식도 실천이다.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삶의 조건이 개선된다. 많은 사람이 상황을 알고 있어야 인권을 보호할 수 있고, 법도 만들 수 있다. 실제 <있지만 없는 아이들>의 영향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자격이 생겼다. 물론 긴 시간 이주민 인권을 위해 활동한 분들의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 올해 1월에 구제 방안이 발표되었다. 제가 인터뷰했던 아동 3명 모두 체류 자격이 생겼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는 특성화고를 다니는 청소년과 청소년 노동의 실상을 알리고, 존엄한 노동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몰랐던 현실을 알고, 생각하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정도가 제 글의 역할이다.

(Youtube) 한국에서 유령처럼 살고 있는 2만 명의 아이들 ⓒ 닷페이스

Q. 사회 참여의 측면에서 글쓰기라는 수단이 유약하게 느껴질 때는 없는가?

A. 많다. 글 쓰는 과정은 힘든 반면 읽는 사람은 적다. 책은 영상보다 파급력도 약하고, 독서 시간도 오래 걸린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관련한 이야기와 대화가 확산하는 현상을 보면서 영상의 영향력을 새삼 느꼈다. 독서 인구도 많이 줄었다. 책 외에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반면,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이 소중하다. 쉽지 않지만, 독서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희망적이다.

Q. 작가로서의 창작욕, 활동가로서의 사회 참여, 기록자로서의 냉정한 태도 등이 서로 충돌될 때는 없나?

A. 말씀한 요소를 균형 있게 조합하여 활자화하는 것이 르포 작가의 일이다. 르포를 쓴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길어오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읽고 싶게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해야 한다. 조지 오웰은 ‘글쓰기의 목적은 정치적인 것을 예술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적인 메시지이지만 아름답게 표현하여 사람들이 읽게 만들고 싶다. 현장에서는 활동가로서 의혹과 의심의 눈초리로 사회를 바라보지만, 글을 쓸 때는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내 감정을 너무 앞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사안에 대해서 분노하고 아파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안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다. 감상은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특정 사안을 선택하여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나의 정치적 입장이고, 메시지다.

(Youtube)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 세바시

Q. 인터뷰 후기 중 '환경에 관한 긴 글을 읽는 사람은 그 글을 읽을 필요가 없는 환경운동가밖에 없다.'는 문장이 있었다. 독자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독자를 발굴할 수 있을까?

A. 늘 고민하는 문제다. 일상은 퍽퍽하고, 피곤하다. 다수 독자는 어둡고 심각한 소재의 글보다는 말랑말랑하고, 위로받는 글을 읽고 싶어 한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은 문제를 읽고 싶을까? 쉽지 않다. 이걸 어떻게 읽히게 만드냐가 내 임무다.

글을 쓸 때 당위로 접근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 문제를 알아야 하거나,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어렵고, 남의 얘기 같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다. 독자를 유혹하면서, 그리고 기초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전달하고, 계속 읽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쉽지는 않다.

Q. 글쓰기 수업을 지속했다. 목적은 무엇인가?

A. 글쓰기는 자기 삶의 문제를 직시하게 만든다. 자기 경험을 재구성하고 객관화한다. 글 쓰는 과정을 통해서 각성한 주체를 깨우고, 자기 삶을 언어로 정리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 쉼터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참여자들이 뭔가 후련하고, 쾌감을 느끼면서 즐거워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좋은 매체다. 내 삶에 대해서 편집권을 갖고 쓰는 행위가 힘을 준다. 차별받을 때 저항할 힘이 생긴다.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고, 자존감을 높인다.

Q. 최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는가? 혹은 관심 있는 사회 문제는 무엇인가?

A. SPC 제빵노동자 임종린 님이다. 제빵사의 휴식권 보장과 모성 보호를 위해서 노조를 설립하고, 단식 농성을 하며 투쟁 중이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불합리, 부조리에 눈감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조금씩 나아진다. 사회 불평등, 양극화의 심화 현상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활발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 10년 동안 10권의 책을 출간했다. 열심히 썼다. 예전에 비해서 독서 시간이 많이 줄었다. 남은 시간은 되도록 책을 많이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 다음에 준비하는 책도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한국의 시(詩)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번역가의 이야기다.

글ㅣ최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