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의 ‘지방소멸’ 방지 전략

일본의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는 저서 <지방소멸>에서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를 보면 일본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소멸'은 지역사회의 인구가 감소해 인프라 부족, 생활서비스 공급 부족 등으로 공동체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태를 지칭한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1) '지방소멸' 담론은 이후 수도권 과밀현상이 일본보다 극심한 한국에도 큰 반향을 일으켜 몇 년째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고 있다. 일본의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약 28.0%, 한국은 약 50.2%로 한국은 매우 심각한 국토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약 500만 명.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 약 5,183만 명(2020년 기준) 중 약 10%는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인구로 분류된다. 2014년 일본에서 처음 대두된 개념인 ‘지방소멸’의 그림자는 어느새 한국 사회에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전국 229개 시군구의 약 절반 가량인 89개 시군구가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위기가 심각하지만 이렇다 할 뚜렷한 대책은 없다.

인구 유입의 투 트랙, 아이토피아-함양 농촌 유토피아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솔루션이 필요할까? 지방의 인구감소 원인을 상세히 분류해볼 필요가 있다. 인구의 증감은 이동 혹은 출생, 사망으로 이뤄진다. 일괄적인 인구 대책보다 지역별 인구 증감도 현황에 적절한 솔루션 도입이 중요하다. 인구의 사회적 이동률이 높은 지역이라면 인구유출을 방지하고 인구유입을 유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출생률이 낮은 지역이라면 출산율 증가와 관련된 전략을 택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솔루션의 혼합도 가능하다.

많은 지방자지단체에서 인구유입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와중에 차별화된 성과를 낸 경남 함양군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남 함양군은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 성장촉진지역으로 지정된 총 인구 37,800여 명의 작은 지자체다.(2023년 2월 기준) 함양군은 ‘아이토피아’ 사업과 ‘함양 농촌 유토피아’ 사업의 투 트랙으로 폐교 위기의 학교가 6학급의 학교로 유지되도록 인구를 유입하는 데 성공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함양군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서하면의 유일한 학교 서하초등학교에서 추진된 ‘아이토피아’ 사업은 2019년, 당장 2020년 신입생이 없어 서하초가 폐교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되었다. 서하면 주민들은 서하초에 이어 서하면도 없어질 거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서하면 주민, 서하초등학교, 서하면사무소 등 민관이 협력하여 ‘서하초학생모심위원회’를 결성했다. 서하초학생모심위원회는 ‘아이토피아’라는 이름 하에 서하초등학교 전･입학 세대에 집과 일자리를 주고, 전교생에게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 지급을 약속하며 학생과 학부모를 유치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선 1억 2천만 원을 모금하고 함양군과의 협의를 통해 빈집 수리비를 마련했다.

‘아이토피아’ 프로젝트와 동시에 함양군은 2019년 말부터 '함양 농촌 유토피아 선도사업'(이하 ‘함양 농촌 유토피아’)을 추진했다. ‘함양 농촌 유토피아’ 사업은 농산촌 지역의 소멸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보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로, 함양군은 경상남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하초학생모심위원회 등 5개 기관과의 협약 체결로 거버넌스를 이루고 9개 사업을 시작했다. 함양군 미래발전담당관 김현우 주무관에 따르면 ‘함양 농촌 유토피아’는 농촌 지역에 부족한 주거와 생활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를 확대 공급하고, 지역민 이탈 방지와 도시민 유입을 위해 필요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었다. 

먼저 함양군은 1단계 사업으로 서하초와 연계한 매입임대주택사업을 추진했다. ‘아이토피아’를 통해 서하초에 전입학한 학생들과 가족들은 당초 지역 내 빈집을 알선받고, 함양군에서 빈집 수리비를 지원받아 지역에 정착했으나, 농촌의 주택 특성상 주거 만족도가 매우 떨어졌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고자 임대주택 건설을 구상하였고, 가장 빨리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인 매입임대주택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했다.

👍매입임대주택 : 민간의 주택을 매입해 개보수하여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 

또한, 안정적인 일자리 지원을 위한 방안으로 함양군에서 운영중인 ‘함양군 일자리 지원센터’에서 전입 세대원들을 상담하고 기업체 취업을 알선했다. 특히 당시 함양에 본사를 둔 기업 에디슨모터스에 일부 학부형들이 정규직으로 취직했으며 관내 농장, 상점, 공공 일자리 등에도 취업하게 하여 지역 정착에 도움을 주었다.

‘아이토피아’와 ‘함양 농촌유토피아’로 서하면에 전입한 인구는 54명(전입 53, 출산 1)이며, 서하초등학교는 2020년 당초 전교생이 10명으로 예상되었으나 총 35명까지 증가해 6학급을 이루게 되었다. 그 결과 인근 상급 학교의 학생 수도 함께 증가했다. 매입임대주택 내에는 공동 이용시설과 어린이 도서관을 조성해 커뮤니티 시설로 이용하게 하면서 입주민의 주거 만족도를 높였다. 작은 학교와 연계한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서하초 외에도 관내 타 학교에도 확대되어 전입 인구 확대에 기여했으며 경남 내 타 지역에도 확산되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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