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생태 #기후/환경 #창작/연구

🤔오늘의 질문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른 존재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동물•환경 과학소통 단체 유인원(You In One)은 동물의 마음과 환경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물인지행동학/행동생태학을 전공한 김예나(이하 예나)와 안재하(이하 재하)가 함께합니다. 이들은 당연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동물과 가까이 지내는 일을 하고 싶어 동물연구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과 재미있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인원을 만들어 제주도 서귀포시에 카페도 차렸습니다. 도슨트 프로그램,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활발하게 연결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예나) 동물이 우리와 얼마나 가깝고 경이로운 존재인지 들려주려는 의도였어요. 흔히 ‘인간이 가장 똑똑하다’는 근거로 협동, 이타성, 자의식, 위생 개념, 언어, 도구 등의 특성을 꼽는데요. 그 특성이 다른 동물에서도 보일 때 ‘다른 동물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인간을 자연 속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 질문을 던지고 같이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과학이 재밌고 일상적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보통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일방적 교육을 떠올리며 어렵게 받아들이는데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세미나를 구성해 편하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재하) 생태 교육을 통해 어린이는 자연을 인간이 활용하는 도구, 혹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만 보지 않게 돼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배우면서 경이로움을 무의식적으로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우리를 소개하면서 ‘자연, 동물을 대상으로 이렇게 재밌고 신나는 일을 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아이들이 어떤 일을 선택하든 자연, 동물을 그들과 공존하는 입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나) 저희 지도 교수셨던 최재천 교수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알면 사랑한다’인데요. 어린 시기에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당연히 커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연을 보는 시선도 달라져요. 원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열면서 성인이 더 많이 왔으면 했어요. 그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더 많다고 생각했고, 어린이가 즐거워하고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어린이의 눈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재밌어할 때 저희도 너무 즐거워요.

(예나) 기후 문제, 동물권, 그리고 생명다양성이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다 얽혀 있잖아요. 생명다양성을 빼고 기후위기를 말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동물권 없이 생명다양성을 이야기할 수도 없어요. 이 과정에는 인간의 삶도 포함되어 있죠.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얽혀 있어요.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작든 크든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니까,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게 입문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게 유인원의 일이에요.

(재하) 원래 생물종은 멸종이 일어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명다양성 파괴가 심각하다고 하죠. 그 이유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던 멸종에 비해서 인간이 번성하고 인간의 수가 많아지면서 멸종하는 생물종이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에요. 멸종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일어나죠.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속도가 ‘대멸종’이라고 하던 시점에 버금가게 빠릅니다. 곤충, 파충류, 조류 등 다양한 종에서 멸종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생물이 전멸하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학자까지 있어요. 

(예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변화무쌍하고, 어떠한 위협이 닥칠지 모르잖아요. 유전적으로 다양하지 않다면 특정 병원균이 왔을 때 그 병원균에 취약한 모든 개체가 전멸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취약한 몇몇은 죽을지라도 다른 개체들은 살아남아요. 다양하면 변화하는 환경에 맞서 살아가고 적응할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한 번에 절멸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죠.

*인류세: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칭하는 말

자연 속 여러 동물의 일러스트 ⓒ생명다양성재단

원숭이 인형, 다양한 서적, 제인 구달의 편지 등으로 꾸며진 카페의 공간 ⓒ유인원

(예나) 아무래도 요즘은 카페 주변 생물을 알아가고 있어요. 도슨트 프로그램을 하면서 마당에 있는 꽃과 곤충, 그리고 바닷가에 있는 새를 만나고요. 자연을 존중하는 활동가들과의 네트워크도 점점 공고해지고 있어요. 

(재하) 저도 비슷한데요. 카페를 시작하면서는 카페 운영이 가장 큰 화제였고, 요즘은 최신의 환경, 동물 소식을 업데이트하려고 여러 책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연대예요. 환경단체,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영향력과 에너지를 느끼고 나서 여러 방식의 연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카페 유인원의 내부와 전경 ⓒ유인원

(재하) 주변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아 직접 계획하고 실천해 보는 ‘뿌리와 새싹’* 활동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나 곶자왈 보호 단체처럼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협업해 프로그램을 만들려고요. 조금 더 멀게는 사업을 확장시켜서 동물 연구·보호 단체의 연구를 지원하고 싶어요.

(예나) 저희가 유인원을 만든 궁극적인 목표가 자연과 환경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서였거든요. 카페 운영을 어느 정도 안정화하고 나서 소통을 더 적극적으로 할 여러 방법을 모색해 볼 계획입니다.

*인터뷰 이후 유인원은 풀뿌리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 소개 세미나를 오픈했습니다.

글 | 이승현

📝Editor’s Note

오늘의 뉴스레터와 관련된 에디터의 짧은 글을 전합니다.

📚 책| 『인문 잡지 한편 12호: 우정』, 

우리는 매일 만나는 타인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게 될까요? 우정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민음사의 인문잡지 <한편> 12호 ‘우정’에는 열 명의 필자가 우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오늘의 레터에 등장한 김예나의 글 「털 고르기를 하는 시간」도 실려 있는데요. 김예나는 글에서 영장류와 쌓아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우정, 어쩌면 사랑에 대한 생각을 풀어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리 지어 사는 모든 동물에게 공통으로 해당하는 생물학적 사실이다.”

<한편> 표지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