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행동’은 '기부만 하면 세상이 좋아질까?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실천’을 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생활학자란 일상에서 더 나은 삶과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행동을 조사, 연구하고 제안하는 파트너다. 서경원, 정경훈, 김서린 생활학자는 행동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공존과 변화의 주체로 연결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Q.  ‘오늘의 행동’은 왜 개인의 일상적 행동에 주목하는가?

A. 예를 들겠다. 장애인에 대한 후원은 증가했다. 그러나 이웃에 장애인 생활시설이 조성되는 것은 반대한다. 한부모 여성가정에 대한 후원은 증가했다. 그러나 한부모 여성가정이 일하는 감정 노동 영역에서의 폄훼, 무시 행동은 여전하다. 해외 구호 활동에 대한 후원은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거주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줄지 않는다. 왜일까? 시혜적인 도움과 기부에서 벗어나, 나의 삶과 관련된 문제임을 인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 속에 답이 있다.

[행동도구 -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KIT]

Q.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A. 행동을 제안한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질문에 답을 찾도록 돕고, 생활 속에서 각자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안한다. 개인의 일상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천하여 사회적 접촉면을 늘리고자 한다. 행동을 돕는 도구를 제작/배포한다.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과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을 연결하여 사회적 행동을 시작하고 구체화하도록 돕는다.

Q. ‘행동을 돕는 도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A. 일상 속 사회적 실천에 기여하는 제품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직접 도구를 만든다. 해외의 사례/도구를 국내의 실정에 맞게 변형하여 개발/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도구 자체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도구를 매개로 어떻게 여러 사람이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어떻게 사회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최근의 사회문제는 환경 문제가 빈곤 문제로, 빈곤 문제가 여성의 문제로, 여성의 문제가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된다.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와 연관성을 갖는다. 우리는 도구를 통해서 다양한 영역의 그리고 다중적인 사회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제기한다. 개인이 우리의 도구를 통해서 여러 사회문제와 접촉을 갖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기를 희망한다. 좋은 도구는 나에게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 것, 나에게는 이기적이지만 사회에는 이타적인 도구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구를 개발한다.

저희 세 명의 생활학자는 디자이너가 아닌 활동가다. 저희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와 관계된 사람에 대해 다르게 관찰하고 어떻게 도구에 적용할 수 있는 지 고민한다. 도구의 제작 단계에 있어서는 디자이너, 제조업체, 판매업체, 사회 문제 관련 기관/단체들과 협업한다.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저희도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관계를 맺는 파트너도 문제 의식에 동참하고 반가워한다. 반면, 내부에 디자이너/개발자가 별도로 없으니,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행동도구 - 오늘의 비누: 사회문제의 상징색은 비누의 색깔이 되고, 비누의 효능은 사회문제 해결책이 되는 비누]

Q. 제작 중인, 제작했던 행동 도구를 소개해달라

A. 가칭 ‘캔모아’를 제작 중이다. 맥주병, 소주병 등 반환보증금이 있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빈 병과 캔을 꽂아두어 자연스럽게 재활용 수집을 하는 분을 돕는다. 날카로운 병, 캔을 치우다 환경미화원이 손을 베이는 일도 없도록 하는 쓰임도 있다. ‘버리는’ 사람과 ‘뒤지는’ 사람이 아닌 수거를 ‘요청하고’, ‘거두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현재까지 약 45종의 행동 도구를 제작했다.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KIT’는 지우개라는 일상적 물건으로 ‘일상에 만연한 혐오’에 맞서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우개에는 누군가 기부해준 대항 표현이 적혀있다. 오늘의행동은 약자와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글을 발견하거나 맞닥뜨렸을 때 ‘대응’해줄 모범 메시지를 수집했고, 이러한 대항 표현을 소재로 지우개와 키트를 만들었다. 

‘안녕, 낯선 이웃’은 필요한 물건을 이웃과 쉽고 간단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우편함 부착형 스티커다. 우편함에 이웃에게 기꺼이 빌려줄 수 있는 물건 이미지 스티커를 붙이고

 '노크'를 통해 물건을 공유할 수 있다.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스티커 하나로 간단하게 이웃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 도구다.

‘씨앗폭탄’은 파괴하는 폭탄이 아니라 생명을 키우고, 도시를 살리고 꽃을 피우는 폭탄이다. 누구나 게릴라 가드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 온난화를 멈출 수 있고, 개인은 오늘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뽁뽁이매거진’은 겨울철 난방용품 뽁뽁이에 난방 문제를 담았다. 난방과 관련한 간단한 사회문제 통계를 담은 뽁뽁이는 겨울 한 철 붙어있는 동안 에너지 빈곤에 대한 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행동도구(제작중) - 캔모아(가칭)]

Q.  ‘행동 도구’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구독 서비스는 어떻게 기획됐고, 장단점은 무엇인가?

A. 1년에 12번 행동을 돕는 도구가 배달되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방식보다 좀 더 쉽고,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비영리단체 활동은 특정한 이슈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의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이 참여한다. 하나의 해결책을 위해서 다수가 참여한다. ‘오늘의 행동’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도구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각자의 집에서, 각자 편한 시간에,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만들고 경험하는 것이다. 하나의 해결책이 아닌 여러 개의 해결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배송 등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다.

Q. 개인의 ‘생활 속 사회적행동’이 다소 팬시한 소재로만 집중되지 않는가? 중요하고, 시급하며, 복잡한 사회 문제가 소외될 가능성은 없는가?

A. 올해는 시사IN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기후 위기, 민주주의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 문제는 인권, 불평등, 빈곤 등의 다른 사회문제 층위와 연결된다. 다양한 사회문제의 단면이 포괄된 주제 중의 하나가 기후와 민주주의다. 기후 위기의 문제 외에도 혐오/차별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했고, 대항적인/대체적인 표현을 수집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1인 시위 도구도 제작 중이다. 

한편으로 기후 문제가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기후 문제는 타 사회문제 영역과는 다른 전개를 보인다. 시민 중심적으로 해결책이 도출된다. 다양한 사회 활동이 개인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도되고 있다. 특정한 단체가 잘 안 보일 정도다. 반면, 빈곤, 혐오, 차별, 불평등 등의 사회문제는 그렇지 않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적이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전쟁/내전은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 행동의 선택지는 부족하다.

인권, 불평등 등 복잡하고 다중적인 문제에 대한 행동 제안과 도구를 계속 고민 중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기후 문제에 대한 개인의 대응과 접근이 하나의 해결 단서가 될 수 있다. 국가 혹은 특정 단체가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각자의 삶과 개인의 관점에서 비롯된 다양한 해결책이 더 많이 만들어졌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행동도구 - 안녕, 낯선 이웃]

Q. 문제 인식, 기부, 가벼운 이벤트 참여 등의 저관여 활동도 의미 있지 않은가? 꼭 모두가 사회적 행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까?

A. 타인에 의해 부여된 책임보다는 스스로 부여한 책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공감했을 때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재밌다. 우리는 이런 것을 찾는다. 현재 전개되는 기부나, 공익 활동 참여는 특별한 경험에 가깝다. 예컨대 ‘기부 천사’ ‘활동 천사’ 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는 이런 표현이 불편하다. 특별하거나 비일상적인 행위가 아닌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문제 해결 행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사회 문제는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다면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에는 특정한 해결/혁신 방식을 접목하기 힘들다. 일상의 다양한 활동이 증가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의 사회 변화 방향에 적합하다

물론, 기부, 가벼운 캠페인 참여, 구독, 좋아요와 같은 행동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식 개선도 중요하고, 경각심도 필요하다. 좋아요 등의 표현을 통해서 공유하는 행동도 필요하다. 이러한 행동도 의미 있다.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만이 확대되는 것은 경계한다. 우리는 좀 더디더라도 부여된 책임이 아닌, 스스로 부여한 책임으로써의 활동이 확산되면 좋겠다.

Q. 기존의 비영리, 공익 활동의 아쉬움은 무엇인가?

A. 시대 변화, 세대 변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왜 비영리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까? 비용 대비 성과 효율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것은 아닐까? 측정하기 어려운 사회적 성과 보다는 비교적 측정이 용이한 재무적, 양적 성과에만 치중한 것은 아닐까? ‘좋아요’를 받고, 관심을 받고,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분야 그리고 우리가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관성적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기부의 양적 성장 둔화, 비영리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 증대로 이어졌다. 비영리 영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과는 다른 시도가 비영리에서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컨대, 해피빈 혹은 비영리 단체의 홈페이지에 방문해보자. 개인의 사회 참여 활동은 기부 , 회원 가입, 서명 활동, 일회성 이벤트 참여뿐이다. 내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사회변화 활동에 동참할 것이다.

[행동도구 - 뽁뽁이 매거진]

Q. 단체 설립 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례와 실패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사례는 무엇인가?

A. 처음에는 행동 제안에 중점을 두었다. 하나의 문제, 하나의 행동 제안에 100명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 100가지 해결책이 나오는 것을 성과 측정 모델로 설정했다. 일종의 인증 형식이다. 그러나 잘 안되었다. 이후, 도구를 통해 행동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선회했다. 도구를 매개로 생각, 선택의 폭을 좁혀주고, 도구의 다양한 쓰임을 통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을 구체화하도록 돕는다.

Q. 단체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활동가로서 개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A. 도구를 중심으로 한 구독 서비스를 확장/강화하고 싶다. 그리고 소셜 트립(가칭)을 기획 중이다. 행동 구독이 사적인 공간에서 뭔가를 하는 활동이라면, 소셜 트립은 모임 형태의 관계성 속에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다. 현장, 사람 간 연결을 통해 사회 문제를 좀 더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오늘의 행동’이 좀 더 안정적인 단계에 도달했으면 좋겠다(웃음). 

김서린 생활학자: 저는 기후 위기에 대해서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거대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사람은 좌절하고 포기한다. 저는 ‘오늘의 행동’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희망을 보고 싶다. 

정경훈 생활학자: 지역은 상대적으로 비영리단체, 활동가의 활동이 어렵다. 지역 주민과 함께 사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것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저희가 만든 도구를 통해서 지역의 활동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서경원 생활학자: 활동가로서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오래 활동하고 싶다. 적당히 잘 살고, 염치 있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글ㅣ최성욱